나는 호러 영화를 좋아한다. 그런데 호러 영화의 장르 특성 때문인지 요즘 재미있는 호러 영화를 보기 거의 힘들다. 요 몇 년 사이 가장 인상 깊게 본 것이 미이케 다케시의 [오디션]과 구로사와 기요시의 [큐어]이다. 비교적 세계적으로 덜 알려진 일본 영화에 건질만한 호러 영화들이 많은 것 같다.

50명 가량의 소녀들이 손을 잡고 지하철에 뛰어드는 끔직한 장면부터 시작되는 이 영화는 십대 소년 소녀들의 연이은 자살 소동이 주된 사건이고, 경찰들은 그 자살의 배후에는 인터넷을 매개로 활동하는 자살 클럽이라는 모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주인공인 줄 알았던 형사가 갑자기 자살해 버리고, 비중있는 악역은 검거하는 과정조차 보여주지 않은 채 너무 쉽게 체포되고, 자살 클럽의 배후는 자세히 알려주지도 않은 채 영화는 끝을 맺는다. 잔인한 살인 사건 -- 반전 -- 알고 보니 살인마도 나름의 슬픈 사연이 있었다...라는 기존의 동양 호러 영화 관습을 완전히 뒤집어 엎는 구성은 나름대로 신선하다.

하지만 영화 내내 들려오는 "당신은 당신과 어떤 관계입니까?" 라는 선문답 같은 질문과 자살에 대한 실존적 고민 등은 단순히 질문에 그치고 만다. 또한 관객들이 그 질문에 대답할 여유를 갖기에는 영화 내내 등장하는 잔인한 장면들이 그 틈을 주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잔인함이 눈요기로만 전락했다.라는 느낌.

미국 쪽 슬래시 영화는 잔인한 장면이 나와도 그냥 오락적으로 묘사되었다는 느낌인데, 일본 호러 영화는 잔인한 장면을 보고 나면 기분이 찜찜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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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아……. 이 영화에 이어서 [노리꼬의 식탁]을 보셔야 할겁니다. 원하시는 답의 일부라도 얻으시려거든……. ^^;;